제58회 대종상 영화제
방송사고 여전히 잇따라
배우들도 폭소한 상황
새롭게 바뀌겠다던 ‘대종상 영화제’가 여전한 논란 속에 마무리됐다.
지난 9일 서울 건국 대학교 새천년 홀에서는 ‘제58회 대종상 영화제’가 열렸고 ENA 채널과 유튜브에서 생중계됐다.
3대 영화상 중 가장 역사가 깊은 ‘대종상 영화제’는 안타깝게도 각종 논란 속에 매년 대중들의 인정과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
앞서 공정성 논란은 물론 크고 작은 문제들로 비난받았던 ‘대종상 영화제’는 특히 지난 2015년도에 영화제에 참석하지 않는 배우, 스태프들에게는 상을 주지 않겠다는 발표로 어마어마한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에는 대리 수상 시스템을 없애 사회자가 진행하던 중 상을 받기 위해 자리를 이탈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지난 2017년에는 수상자가 소감을 말하는 상황에서 잡담하는 목소리가 그대로 송출되기도 했다.
각종 논란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가운데 ‘쇄신’을 약속했지만 9일 진행된 ‘제58회 대종상 영화제’는 여전히 누리꾼들을 실망하게 했다.
이번에 신설된 ‘다큐멘터리상’ 부문을 수상하게 된 ‘모어’ 이일하 감독이 영화제에 불참해 대리 무상을 위한 영화 관계자가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트로피가 준비되지 않아 상황이 미뤄졌고, 진행을 맡았던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은 “이일하 감독님이 불가피한 사정으로 못 나오신다는 통보를 받았다. 때문에 (대리 수상을 위한) 트로피를 준비하고 있다. 죄송하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트로피 준비가 더뎌져 원활한 시상이 이뤄지지 못했고 대리 수상조차 하지 못하게 됐다.
미숙한 진행이 계속되자, 피플스 어워드 남우상을 받은 배우 박지환은 “시상식이 굉장히 재밌네요”라며 돌직구를 날리기도 했다.
또한 피플스 어워드 여우상을 받은 배우 오나라 역시 가감 없는 소감으로 좌중을 폭소하게 했다.
영화 ‘장르만 로맨스’로 피플스 어워드 여우상을 받은 오나라는 “정말 대종상 너무 재밌다. 상상도 못 했다. 조연상 후보에 올라서 그것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듣도 보도 못한 상을 받게 됐다. 좋기도 하고 어안이 벙벙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장르만 로맨스’ 출연을 제안 받았을 때 쿨하게 오케이를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해맑게 웃지 못했을 것 같다. 트로피가 정말 무겁다. 부담감을 느끼고 열심히 성실히 일하라는 뜻으로 알고 연기자 생활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오나라의 솔직한 수상 소감에 관객석에 앉아있던 다른 배우들은 웃음을 터트리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날 감독상을 받은 영화 ‘킹메이커’ 변성현 감독의 소감도 일부 누리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변성현 감독은 소감을 전하며 “제 마음속의 남우주연상은 이선균 선배님”이라고 발언했다.
본인 작품의 배우를 최고로 생각하는 감독의 심정을 알겠으나, 앞서 박해일이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가운데 이런 발언은 예의가 없는 발언이라는 반응이다.
여러 논란이 되풀이됐지만, 일부 시상 및 수상자의 소감들은 누리꾼들 사이에서 회자하고 있다.
이날 영화 ‘헤어질 결심’은 작품상, 남우주연상, 각본상 등 3관왕을 차지했다.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새 작품을 촬영 중인 박찬욱 감독은 “오랜만에 정상화된 후 첫 대종상이라 영광스럽고 잊지 못할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누구보다도 박해일, 탕웨이 두 배우 얼굴이 먼저 떠오르고 그 밖에 많은 배우, 스태프들, 보고 싶다. 이 영광을 그들과 함께 보내고 싶고 작품 무사히 마치고 귀국해서 다 함께 만나는 자리를 만들겠다”라며 음성 메시지를 통한 소감을 전했다.
남우주연상을 받은 박해일은 “오랜만에 이 상을 다시 받게 돼서 영광이다. 배우로서 영화를 대할 때 호기심이 가장 큰 동력이었다. 앞으로도 그 호기심을 잃지 않고 투박하게 실패하더라도 계속 나아가겠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또한 이날 혈액암으로 투병 중인 안성기가 공로상을 받아 영상으로 수상 소감을 전해 화제를 모았다.
안성기는 “올해 수상자 여러분께 축하드린다. 그리고 우리 영화인 여러분과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분께 항상 감사드리지만, 오늘 특별히 사랑하는 마음과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해드린다”라고 입을 열었다.
다소 부은 얼굴로 등장한 안성기는 “오래오래 영화배우로 살면서 늙지 않을 줄 알았고 또 나이를 잊어버리고 살았는데, 최근 들어 시간과 나이는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라고 전해 보는 이들을 울컥하게 했다.
또한 “지금 우리 영화와 영화인은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영광의 뿌리는 우리 선배 영화인들이 심고 키운 것이고, 또 지금의 우리 탁월한 영화인들의 역량과 땀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우리 영화와 영화인들의 발전을 기원하면서 대종상 행사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린다”라고 전했다.
이어 “제 건강을 너무 걱정들 많이 해주시는데, 아주 좋아지고 있고 또 새로운 영화로 여러분들 뵙도록 하겠다”라며 건강 상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편 2년 만에 개최된 ‘제58회 대종상 영화제’는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주최,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후원한 시상식이다.
지난해 10월 1일부터 올해 9월 31일까지 개봉된 253편이 후보에 올랐으며 약 1만 개의 대종상 NFT 발행을 통해 대종상 국민심사단을 선정했다.
이날 레드카펫에는 배우 이순재, 최정운, 성혜민, 양동근, 임지연, 옹성우, 박재찬, 오나라, 김혜윤, 무진성, 조윤서, 박소담, 박지환, 변요한, 배종옥, 박해일, 이병헌, 염정아, 김한민 감독, 대종상영화제 조직위원장 이장호, 협회장 양윤호, 위원장 박기용 등이 참석했다.
영화제 진행은 팝 칼럼니스트 출신 방송인 김태훈, 허핑턴포스트 편집장 강나연이 맡았다.